본문 바로가기

scrap

급 청소기 '다이슨'의 배신, 충격 받은 건 '청소하는 남편들'이었다

직장인 박모(37)씨는 2년 전 다이슨 V8 무선청소기를 구입했다. 디자인이 예쁜 데다 블로그 글에서 ‘남자를 움직이는 청소기’라는 표현이 나와 눈 여겨 보고 있던 차, 부인이 "앞으로 청소를 전담하라"고 말했다. ‘찜’해 뒀던 청소기를 샀다. 시중가 100만원이 넘는 걸 할인받아 80만원 넘게 주고 샀다. 

문제는 ‘힘’이었다. 1년째가 되니 ‘파워모드’로 청소하면 배터리가 방전됐다. 1년 반쯤 지나니 손잡이에 금이 갔고, 곧 손잡이가 떨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AS센터로 달려 갔다. 서비스를 대행하는 동부대우전자서비스 센터 직원은 수리하지 말라고 했다. "부품 값이 비싸네요. 그냥 케이블 타이(Cable Tie)로 묶어 고정해서 사용하세요." 결국 박씨는 예전에 사용했던 10만원대 국산 유선 청소기를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 

100만원짜리 청소기 ‘다이슨 V10’의 광고 사진. 최근 미국 소비자 잡지 ‘컨슈머 리포트’는 “이 모델을 ‘추천’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다이슨
◇美 소비자 잡지 ‘추천 취소’…男 "뒤통수 맞았다"
100만원 짜리 고가 청소기 다이슨은 ‘남편들을 움직이는 청소기’로 유명하다. "남편 청소 시키려고 좋은 청소기 사줬다"는 여성 커뮤니티의 ‘청소기 구입후기’가 이제는 남성들이 ‘청소기 실구매기’를 올리는 세태로 변했다. 

청소는 남성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가사 노동이다. 통계청의 ‘2018 일·가정 양립 지표’ 보고서에서 2016년 기준 가사노동을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남편의 참여율이 가장 높은 가사 노동은 집안 ‘청소’였다. 응답자의 69.8%가 집안 청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배드림 등 남성들이 많이 가입한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16년 전후로 ‘다이슨 청소기’에 대한 언급이 늘어났다. 보배드림에는 "이 청소기는 제정신이 아니다...행군할 때 총 대신 이걸 메고 갔다면 삼천리도 더 걸어 대동강 근처 북한 초소에 가서 청소를 해주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지경이다"라며 다이슨 청소기를 찬양하는 만화가 올라오기도 했다. 

건설업계에 근무하는 최영록(34)씨도 ‘다이슨’ 구매족이었다. 그는 "V7 fluffy+를 1년 전에 구입했는데, 사용 시간이 짧은 것 빼고는 항공 엔진 힘이 좋아 만족한다"고 했다. 

불티나게 팔린 덕분에 지난 2017년에는 한국 지사가 생겼다. 다이슨코리아 관계자는 "2017년 다이슨은 글로벌 매출이 40%, 아시아 시장 매출이 73%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문제는 다이슨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최고 권위의 소비자 전문 평가지 컨슈머리포트(CR)도 지난 6일 다이슨의 스틱형 무선청소기에 대해 ‘추천(recommended)’ 표시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구입 후 5년 이내 고장률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설마’ 하던 의심이 ‘팩트’로 확인된 것이다. 명품 청소기에 빠졌던 남성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다이슨을 사용하며 청소기를 이 돈 주고 사용하는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엠팍(Mlbpark)에는 "비싸며 내구성이 구리다" "V8 나오자마자 샀는데 좀 더 기다린 뒤 국산 카피품 살 걸 그랬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입한 지 1주일 만에 고장이라니" "V8 사용하는데 1년 반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필터 물 청소도 어렵다. 요즘 필터에서 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AS 잘 되는 삼성이나 LG 살 걸 그랬다" 등의 글도 올라온다. "외제 좋아하더니 고소하다" "차이슨(다이슨 짝퉁)이나 쓸 주제에 다이슨이라니" 같은 비아냥 댓글도 올라왔다. 

다이슨 V8 무선청소기 손잡이에 금이 갔다. /독자 제공
◇비싼 수리비…"수십만원 쓰고 뽑기에서 꽝 뽑은 기분"
다이슨 사용자를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비싼 수리비다. 다이슨코리아에 따르면 V8 무선청소기 기준 부품 교체 비용은 배터리가 9만7000원, 모터 충전기가 6만1000원, 필터가 2만원에서 4만원이다. 엔지니어 출장비는 평일 주간에 1만8000원, 평일 야간과 주말에 2만2000원을 추가해야 한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갖고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경우 기술료가 7500~2만2500원 부과된다.

국내 직구 커뮤니티에는 "모터 고장으로 25만원 나왔다" "배터리 교체하는데 12만4000원, 출장비만 1만5000원 들었다" "60만원 가까이 주고 샀는데 총 수리비가 20만원이다. 수십만원 쓰고 뽑기에서 꽝 뽑은 기분이 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이슨코리아 관계자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배터리·브러쉬 같은 소모품은 누가 어떤 사용 환경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구성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사용하며 느낀 정성적인 의견만 보고 결과가 내려져서 아쉽다"고 했다. 다이슨 측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3월 중 CR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2/2019021202102.html